9. 캐럴라인 냅의 '욕구들'을 두번째 읽고

이 책을 처음 읽은건 2021년 겨울이었다. 그 때는 앞의 챕터들에서 분석해준 욕망, 허기의 매커니즘에 공감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나도 굶기+과한 운동을 하며 체중감량에 많이 집착하던 때여서, '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는데'하면서 읽었었다. 내가 이상한게 아니다라는 위로처럼 여겨졌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는 앞의 챕터들은 그냥 휙휙 넘겼다. 책에서 서술하는 것들이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기도 했고, 이 삐걱대는 공식을 설명만 하고 해소할 수는 없다는 절망감이 들어서그랬다.. 그리고 맨 마지막 챕터에서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챕터를 읽었을 때 앞장에서 느꼈던 절망감들은 사라졌고, 비로소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세지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결국에는, 삶에 존재하는 허기/욕망/문제들을 풀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은 영원히 나와 함께 갈것이고, 내가 무언갈 이루더라도 필연적으로 또 다시 다른 종류의 허기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절망적인건 아니다,,오히려 긍정적이다. 허기를 허기로 부를 수 있게 되고, 부족한 나를 인정하게 될때 비로소 내 곁에 있는 충만한 것들이 보일 테니까,,,
책이 여성의 욕망 (주로 거식증, 쇼핑중독, 관계중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생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말고, 부족한 것들 앞에서 빙빙 맴돌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내 영혼에 난 구멍을 이해하고, 구멍난 채로 그냥 살아라~! 그거 말고도 인생에는 행복한거 많다!!
무한 긍정, 터무니 없는 자기 암시를 늘어놓는 책보다는 아주 솔직하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